
토끼의 추천으로 함께 본 영화, 'Materialists'
영화의 감독은 Past lives(패스트 라이브즈)를 감독한 Celine Song이다. 마찬가지로 재밋게 본 영화라 기대가 컸다.
예고편만 봐도 재밋을 것 같았는데 역시 만족! :)
주인공 루씨(Lucy)는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
많은 고객들이 따지는 조건들. 키/외모부터 재력, 인종까지 가끔은 지독하게 까다로운 조건들을 맞춰가며 나름 실적이 좋다.
그러던중 고객의 결혼식에 참여한 루씨는 남자고객의 형인 해리(Harry)를 만나게 된다.
해리는 업계에서 '유니콘'이라고 불릴만한,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으로 보였다.
엄청난 재력, 훈훈한 외모, 성품 모든 면에서..
사실 루씨는 과거에 사귀던 남자친구 존(John)과 현실적인 돈 문제 앞에서 헤어지게 된 경험이 있다.
배우를 꿈꾸던 둘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기념일에 갈 식당은 물론, 주차비가 최소 시간당 20달러에 달하는 뉴욕에서, 주차조차 둘의 갈등이 되었었다.
루씨는 해리와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게 순조로워보였고, 심지어 그녀가 최고로 가고싶은 휴양지로 고른 아이슬랜드도 함께 갈 예정이었다.
이 사이 하나의 해프닝이 있었다.
루씨의 고객 소피(Sophie)가 루씨가 이어준 남자고객 마크(Mark)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된 것이다.
조건들을 고려해 최적화한 짝이라도, 사적인 곳에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회사와 소피 양쪽이 서로 리스크로서, 이성적으로 감당해야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씨는 자신이 이어줬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죄책감 이상의 뭔가를 느낀 듯하다.
수많은 조건들을 맞춰 이어준 커플들의 결혼까지도 성사시켰고, 스스로도 중요시했던 그 조건들.
마치 그 조건들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경험을 했던 것일까?
루씨는 해리와의 아이슬란드 여행 하루 전날에 이별을 고하게 된다.
둘 사이엔 단 하나의 조건,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다.
루씨는 그 길로 존에게 간다.
160억짜리 해리의 아파트에서 나와 존의 지저분한 쉐어하우스 벨을 누르는 루씨.
이때 루씨는 아주 큰,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심을 했을 것이다.
여전히 루씨는 결혼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루씨에게 존은 멋진 비즈니스 제안을 한다.
"예전부터 그녀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며,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것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지만, 그 약속, 평생 사랑해주겠다는 약속만큼은 지키겠다는 계약이다.
영화의 마지막이 기억에 남는다.
길거리에서 산 저렴이 '치킨 오버 라이스(치킨덮밥)' 2인분과 수수한 꽃다발을 든 존.
공원벤치에 앉아있던 루씨의 손에 꽃으로 꼬아서 만든 반지를 끼워주며 끝난다.
마치 존과 루씨 둘에겐 그 어떤 조건도 확실하지 않지만, 단 하나의 조건 '사랑'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반대로 해리와 루씨 둘에겐 모든 조건이 넘치도록 들어맞았지만, 단 하나의 조건 '사랑'이 없었다.
내 주변 친구들도 결혼이나 연애를 얘기할때 조건을 얘기하곤 한다.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는 편이지만 역시 '사랑'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조건이라고 생각한다.